01234


39호실, 히로뽕공장· 아편농장으로 외화벌이

중앙일보 2010.09.01 01:23 입력 / 2010.09.01 02:07 수정

북·중 밀월 과시한 날, 미국 ‘김정일 모든 자금줄’ 막기

미국이 30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김영철 정찰총국장(가운데). 사진은 2007년 김 총국장이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장 자격으로 판문점에 나온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 대상엔 북한 노동당과 인민무력부 관련 8개 기관 및 4명의 개인이 포함됐다. 이 중 3개 기관과 1명의 개인은 재래식 무기 및 사치품 구입 등에 대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따라 지목됐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과 천안함 사건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이 지목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직접 겨냥하고 천안함 사건 책임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리는 측면이 있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불법 활동을 증명하는 구체적 사례들도 밝혔다. 노동당 39호실의 경우 수퍼노트(100달러 위폐) 제작, 마약 거래 등의 산실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미 국무부는 39호실이 평안남도 상원에서 메스암페타민(일명 히로뽕)을 생산했고, 함경북도와 평안북도에 아편농장을 운영하면서 함흥과 나진에서 아편과 헤로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엔 1500만 달러에 달하는 이탈리아제 초호화 요트 2대를 구입해 북한으로 보내려다 적발된 적이 있고,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해 자금세탁을 기도했다고 밝혔다. 39호실은 대성은행·고려은행 등 북한의 주요 은행을 보유하고 있고, 문천금강제련소 등 주요 기업 100여 곳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수출업체 청송연합과 김영철 정찰총국장 역시 천안함 사건 배후로 지목되는 기관과 인물이다. 청송연합은 2007년 유엔의 제재를 받던 조선광업개발무역을 대체하기 위해 설립됐다. 천안함 공격 어뢰인 CHT-02D를 수출한 무기수출업체로 알려져 있다. 국무부는 정찰총국이 통제하는 청송연합은 북한이 해외로 수출하는 재래식 무기 총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재 대상이 된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2008년 남측의 육로출입 제한을 주도한 북한 군부의 대표적 강경파다. 2006~2007년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을 맡았을 때 “북방한계선(NLL)은 강도가 그은 선”이란 폭언을 했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한 행정명령 13382호에 기초에 제재대상에 오른 5개 기관 및 3명의 인사들도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추가 기관은 ▶대성무역 ▶흥진무역 ▶제2경제위원회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2자연과학원 등이며 개인은 ▶윤호진 남천강무역 대표 ▶이제선 원자력총국장 ▶이홍섭 전 영변원자력연구소장 등이다. 대성무역은 노동당 39호실 산하 기관이고 흥진무역은 이란에 미사일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2경제위원회는 북한의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군수공업부는 군수공업을 총괄하는 당 기관이며 제2자연과학원은 군수공업부의 지휘를 받아 미사일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곳이다. 윤호진·이제선·이홍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도 오른 인물들로 현재 유엔 차원의 제재를 받고 있다. 윤호진은 2002년을 전후해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우라늄 농축에 사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관을 조달하는 등 북한 핵개발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제선과 이홍섭은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영변핵연구소 활동을 책임지는 원자력총국을 맡고 있다. 원자력총국 역시 유엔의 제재대상이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정찰총국=대남 공작업무를 맡아온 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이 통폐합돼 지난해 2월 출범한 기구. 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에 무기를 수출하는 청송연합을 통제한다. 한·미 정보당국은 정찰총국이 천안함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송연합은 천안함 공격 어뢰인 CHT-02D를 수출하고 있다. 총국장은 김영철 상장(우리의 중장)이다.

◆제2 경제위원회·제2 자연과학원=제2 경제위는 무기 개발 및 조달 업무를 하는 조직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에 이미 올라 있는 단천상업은행을 관리하고 있다. 제2 자연과학원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으로 북한의 미사일 연구·개발의 핵심 기구다. 중·장거리 로켓은 물론 고성능 지뢰도 개발하고 있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 Recent posts